시민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지금 이 시간에도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공무원 분들이 계신다. 이 영화 속 주인공 5명도 그중에 속한다. 밤낮 없다는 경찰관 중에서도 위험하다는 형사들 중에서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마약반 형사가 이들의 직업이다. 영화 시작부터 마약 조직의 두목을 잡기 위해 건물 위에서 고공 액션을 펼치고 창문 부수기는 예사로 아는 그들이지만 몇 개월 째 큰 소득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이때, 이들이 낸 아이디어는 확실한 잠복! 기업으로 포장한 마약 조직 단속을 위해 매일 근처 치킨집에 숨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때 하필 가게 문을 닫는다는 치킨집 사장님.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망해서 손님이 오지 않을 치킨집을 인수하고 일단 수원 왕갈비집 아들 진선규가 소스를 만들어 치킨 판매에 나섰는데, 문제는 장사가 너무 잘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수원 왕갈비 치킨이라는 새로운 메뉴로 주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니 현실에서도 여러 치킨 프랜차이즈에 등장해서 한 때 배달치킨 메뉴 인기순위 안에 들기도 했다.
잠복을 위해 치킨집이 잘 되자 마약사점을 잡기 위해 열심이던 형사들이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당장 눈 앞에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범죄자 쫒는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 범인을 일망타진할 기회가 왔는데도 당장 장사하느라 출근할 수 있는 형사가 없으니 이동휘가 외칠 말은 하나밖에 없다. "왜 장사가 잘 되냐고!" 그래도 운 좋게 마약 조직이 통닭집 단골인 덕분에 정보를 얻은 형사들은 마약에 취해버린 막내를 끌고 치킨 배달 차로 조직에 따라붙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에 진심이었지만 후반 액션 신은 또 여느 느와르 영화 부럽지 않게 캐릭터며 액션이며 잘 살렸다. 덕분에 기승전결 완벽한 영화가 되어 설 명절이라는 특수가 있었다 해도 기존 한국 영화 관객 수 2위인 1600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영화의 첫번째 매력 포인트는 맛깔난 '대사'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이미 '말맛'이 좋다고 소문난 감독이다. 영화 <스물>이나 <바람 바람 바람>은 이병헌 감독의 특유의 개성 넘치는 대사들로 더 유명해졌다. 다만, 욕이나 19금 드립을 많이 활용하는 면도 있어 그동안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통해서 좀 더 대중성 있는 감독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고질적인 신파를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완성도 높은 코미디 영화를 연출해냈다는 점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번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대사량이 많고 그 때문에 배우들의 말도 빠른 편인데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연출이 부족하다면 이런 점이 관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니 대사 하나하나에 빵빵 터지는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가 만들어지는 기반이 되었다.
두 번째 매력을 꼽자면. 관객들이 공감할 요소가 많은 '친근한' 영화라는 점이다. 일단 당시까지 미디어에서 검찰, 형사와 관련된 장르물이 대단히 많이 제작된 시점이라 관객들은 이미 형사라는 직업에 익숙한 상태였다. 거기에 치느님의 경지에 올라온 치킨이 등장하니 관객과 영화의 내적 친밀도는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관객들을 공감하게 한 것은 이 형사들이 보여주는 자영업자들의 노고였다. 흔히 영화의 명대사로 꼽히는 대사들 중 자영업의 고달픔을 대변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234만 원, 오늘 하루 매출액이야. 한 테이블 당 매출이 3만 원이라고 치자. 과연 내가 오늘 몇 개의 테이블을 세팅하고 치웠을 것 같니?"라던가 "하루에 양파 네 자루, 마늘 다섯 접, 파 서른 세단씩 까보셨습니까? 매일이 화생방입니다 깨스~" 등 자영업자들이 날마다 겪는 일들을 대사에 녹여내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일처럼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특히 영화만을 위해 소모되는 대사가 아니라 정말 관객들이 일상에서 사용하거나 접할 수 있는 친근한 대사들이기에 그 효과는 더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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