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시작은 작은 조직의 2인자 박태구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식을 기다리는 누나와 조카를 끔찍이 아끼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교통사고로 그 둘을 함께 잃게 된다. 보스로부터 그것이 북성파의 짓임을 알게 된 태구는 혼자 잡입해 북성파 보스를 작업하고 명령대로 제주도에 숨어 살게 된다. 그러나 북성파 보스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그의 2인자 마 이사가 혼란을 잠재우며 태구의 보스 양 사장과 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 일을 벌인 태구와 그의 부하들을 정리하는 선에서 이 일을 끝맺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태구가 숨어지내게 된 곳의 주인은 총기 밀매를 하는 쿠토였다. 그는 조카 재연의 수술비를 더 빨리 모으기 위해 대량 판매를 시도했고 이를 발견한 북성파 조직원에 의해 당하고 만다. 간신히 도망친 태구와 재연은 근처 재연의 지인 부부가 운영하는 펜션에 머물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그 사이 태구와 양 사장이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약속한 공항으로 가는 길에 태구는 습격받았던 부하의 전화로 양 사장의 배신을 알게 되고, 도망치는데 성공하지만 마 이사는 부하와 재연의 목숨을 걸고 태구를 유인한다. 결국 자진해서 찾아온 태구는 마 이사의 조직원과 배신한 양 사장에게 모진 수모를 당함과 함께 가족의 교통 사고가 사실은 양 사장이 북성파를 공격하기 위해 꾸민 일이었음을 듣게 된다. 마 이사는 이성을 잃고 양 사장을 공격하는 태구를 잠시동안은 그대로 지켜보았지만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며 양 사장이 태구의 마지막을 행하도록 돕는다. 재연은 그런 태구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끝까지 참고 마 이사는 그런 재연을 풀어주며 태구와의 약속까지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연은 지인의 펜션에 한동안 머물다 권총 몇 자루를 들고 마 이사와 양 사장 패거리가 모두 모인 횟집을 향한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 문을 잠그고 그 안의 모두를 처리한 후 밖에서 스스로도 한 발의 총성과 끝을 맺는데 이 때 스크린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만을 보여 줄 뿐이다.
영화 <낙원의 밤>은 일단 킬링 타임용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감독이 <부당거래>와 <신세계>로 대중적인 느와르로 흥행에 성공했던 인물이었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차갑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좀 더 매니아틱한 영화가 완성된 것 같다. 그래도 감독 특유의 찰진 대사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어우러져 시간 들여 볼만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또한, 제주도 라는 조금은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이 보여주는 그 곳만의 분위기가 이 영화를 좀 더 유니크하게 한다. 제목부터 '낙원'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묘사하는데 그만큼 풍경을 아름답게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명 한 명 살아 있는 캐릭터들도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우직하게 극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박태구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보다 이전 영화에서 보지 못 했던 여자 캐릭터인 재연, 매력적인 빌런 마 이사 캐릭터가 관객들의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재연은 극의 클라이막스까지 삼촌과 태구에 대한 슬픔을 고스란히 묻어두었다가 결말부에 다다라서 한 번에 터뜨리는데 허무하면서도 후련한 감정이 압권이었다. 마 이사는 잔혹한 악당이지만 우리 편이든 적이든 한 번 한 약속은 지키는 새로운 빌런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이미 <독전>에서 수트 입은 빌런의 역할을 보여줬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더 하드코어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아쉬운 점은 스토리이다. 사실 조직에 쫒기는 남자와 은신처에서 만난 여자의 사랑, 그리고 복수는 지금까지 한국이나 일본에서 너무 흔한 설정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교통사고가 양 사장의 소행이라던지, 재연의 삼촌이 곧 일을 당할 것이라던지, 살아남은 재연이 복수를 하겠다는 등 다음 전개가 뻔히 보인다는 점이 아쉬웠다. 영상미나 작품에 흐르는 분위기로 승부를 보기엔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예상하고 있는 전개대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영화를 보는데 영화는 그 전개대로 가서 힘이 빠지게 된다. 다만, 느와르라는 특성상 장르가 보여주는 매력만으로도 만족하는 관객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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