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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뿌리내리고 살아나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 영화 <미나리>

영화 드라마 리뷰

by 알고별 2022. 1. 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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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공식 포스터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적이었던 영화 <미나리>

영화 <미나리>의 포스터를 보면, 한국 국민들에게 친근한 배우 윤여정이 환히 웃고 있다. 또 한 명의 한국 배우 한예리도 출연했으며 그 외 배우들도 한국계이며. 감독 이름조차 정이삭이라는 한국 이름이다. 그래서 처음 이 영화를 접하는 관객들은 해외에서 유명해진 한국 영화라고 오해하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태생부터 내용까지 지극히 미국 영화이다. 최근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 배우 마동석처럼 윤여정과 한예리가 미국 영화에 캐스팅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영화 <미나리>를 감상했다면 영화가 보여주는 감성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영화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민자'라는 키워드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낯설기 때문이다.

영화는 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가 정착하기 위해 애를 쓰는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들은 낯선 환경과 사람들, 문화, 언어에 둘러싸여 그 가운데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인들이 한국어 대사가 절반 이상인 이 영화에 한국인보다 공감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진 과정이 큰 역할을 한다. 미국 자체가 영국에서 건너와 낯선 땅에 마을과 국가를 이루고 독립까지 한 나라이기에 그들의 DNA에는 늘 '이민자'의 피가 흐른다. 또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국적, 다인종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이민자들의 나라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조상 대대로 한반도에 터를 잡고 살아온 민족이거니와 한반도 안에서 지역을 이동하며 적응하는 경험은 했지만 '이민'이라는 단어가 지닌 그 이상의 어려움에 대해선 공감을 덜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올해 아카데미의 여우조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가져간 이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도 미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냉철한 시각으로 평가를 하는 것 같다. 일단 영화 자체가 상업적인 흥행보다는 작품성에 집중을 했고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가 보여주는 분위기들이 어우러져 관객들로 하여금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따른 제이콥과 모니카의 생각 차이

영화에서 제이콥과 모니카의 대화를 통해 이들 각각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었는데, 이 점은 다른 매체들이 잘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에 이 둘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보겠노라고 미국에 왔다. 그 과정이 어찌 되었든 이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뜻이 어느 정도 일치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힘든 일들에 대해서도 고려를 했을 것이며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이민이라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정착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병아리 감별이 대표하는 노동집약적인 일에 종사해야하 하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도 돌보면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정신적, 금전적 요구사항이 더 늘어나게 된다. 제이콥과 모니카도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제이콥은 더 나은 일을 원하고 한국 교회라는 커뮤니티의 압박을 벗어나고자 했다면, 모니카는 원래 하던 일을 하더라도 아픈 아들이 위급할 때를 대비해서 도시와 가까운 곳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한다. 

이들 부부 사이의 균열은 외할머니의 실수를 통해 다시금 메워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라고 본다. 건강이 안 좋아진 외할머니로 인해 작물을 보관해 둔 창고에 불이 났을 때, 제이콥은 타고 있는 작물보다도 연기로 인해 눈에 안 보이는 모니카를 애타게 부른다. 두 사람이 몇 년동안의 삶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점을 이 사건을 통해 깨닫고 다시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려나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나리'의 의미

아이들의 외할머니 순자는 데이빗에게 미나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라고 말이다. 영화 속에서 미나리는 제이콥이 힘들게 가꾸고 물을 주어 키우는 농작물들과 다르다. 습한 땅 근처에 씨를 잘 묻어두니 알아서 군락을 이룰 만큼 잘 자라서 순자와 제이콥 모두를 놀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미나리가 이민자를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식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민자들은 시작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 나라에 이미 거주한 사람들이 눈독 들이지 않는 척박한 지역에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고 때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래도 그 환경 가운데서 어떻게든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모든 이민자들을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통해 표현하고 그 생명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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