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는 제작 소식이 들리기가 무섭게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영화였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배우 송중기와 연속 히트로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그리고 있던 배우 김태리가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로 만난다는 소식에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은 한층 부풀어 있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연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화 <승리호>는 이러한 코로나 정국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바로 국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9년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00만 명 대의 관객을 동원한 것을 보면 손익분기점이 5백~8백만으로 추정되는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 그보다 높은 금액에 넘긴 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라 보인다. 비관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타고 무려 76개국에서 순위에 랭크되며 말 그대로 승리호가 화려하게 날았다. 여담으로 전해지는 사실이지만, 넷플릭스와의 계약서 상에 공개 이전 극장 개봉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극장 개봉을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영화에는 이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방역에도 도움이 되고, 넷플릭스 순위에도 집 안 소파에 앉은 관람객이 도움이 되었으니 윈윈이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보고 다시 <승리호>를 떠올려보니 두 작품이 그리는 디스토피아는 닮아 있다. 지구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가 자랑하는 풍요로운 자연 환경이 모두 망가져 버리고 황폐해진 지구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인류가 달에서 새로운 물을 찾는다던가 아예 테라포밍의 시대를 앞두고 있거나 하는 식이니 말이다. 20년 전만 해도 미래에는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거라는 말을 하면 웃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가정마다 생수병이나 정수기가 없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든 세상이 왔다. 어쩌면, 영화 속에서 그리는 세상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환경이 우리의 부정적인 미래라면 우주는 우리의 긍정적인 미래이다.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고 인류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지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2021년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등 인류의 우주여행에 한 발짝 내디딘 한 해였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며 우주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날은 아직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IT 기술이 3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인류의 삶을 이만큼 바꿨듯이 우주 산업 역시 어느 순간 로켓처럼 수직으로 발전하는 지점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작년도 올해도 ESG가 비즈니스 트렌인 것처럼 가진 것을 아끼고 지키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가 그리는 미래가 우리의 것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번 영화 <승리호>에 대해 이견이 갈리지 않고 칭찬하는 부분은 그래픽이다. 원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흔히 눈뽕이라고 하는 화려하고 실제 같은 CG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역시 작정하고 만든 고퀄리티 그래픽 영화라는 평이 많다. 특히 CG와 VFX 부분에서 한국 영화 중 이 분야 최고라고 평가받았던 영화 <신과 함께>를 아득히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영화는 예산이 할리우드의 1/10 밖에 되지 않는 시장인데도 말이다. 우주 배경의 전투 신, 추격 신 등 눈에 띄는 장면이 많지만 일단 모두 CG로 처리한 업동이가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것부터가 이 영화의 그래픽적인 성공을 보여준다고 본다. 게다가 앞으로 등장할 한국형 스페이스 SF 영화들의 첫 단추를 잘 열어준 이 영화에게 전문가들의 평가가 후한 편이다.
이에 반해, "한국 영화" 라는 꼬리표를 떼어놓고 평가를 하는 관객들에게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일단 여전히 한국식 신파에 더해서 단순한 유머 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각본에 불만을 많이 제기한다. 여기에 전체적인 스토리의 문제도 있다. 각 캐릭터들을 잘 살려가는 와중에 갈등의 궁극적인 해결은 끝판왕 수소 로봇의 힘에 의해서 해결되는 과정에서 그전까지 가져왔던 이야기의 당위성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을 많이 주었던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각 전 세계적 인류애와 협동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에 비해 다양한 언어, 국적을 연기하는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가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평이 많다. 심지어 주연급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설리반 역의 배우까지 캐릭터 해석을 잘 못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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