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 <아야와 마녀>를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보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지브리 스튜디오는 90년대부터 2D 셀 애니매이션에서 한 획을 그은 회사이고 지금까지 그 명맥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어느 정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감상한 경험이 있다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화풍에 익숙해져 있을 텐데 이 작품은 결이 다르게 만들어졌다. 바로 3D 그림체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더 사람의 모습에 가깝게 캐릭터를 묘사하지만 전통적인 그림체에서 벗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전통적인 화풍에 익숙해져 있던 팬들과 새로운 시도를 좋게 받아들이는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색감과 음악, 캐릭터들의 관계에 있어서 여전히 지브리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은 분분할지언정 작품 자체는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영화 <아야와 마녀> 에서 눈여겨 볼만 한 포인트가 몇가지 있다면, 첫번째는 원작 소설의 존재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전에도 외국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지브리의 스타일로 재창작하는 것을 즐겼다. 예를 들어,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간 작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도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 원작은 2011년 출간된 영국 출신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슨가 쓴<이어위그와 마녀> 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미야쟈키 하야오 감독의 마음을 훔쳐서 제작을 시작하도록 푸시했고 결과적으로 그의 아들 미야쟈키 고로 감독이 맡아 연출한 작품이다.
두번째로, 이 영화는 기존 지브리가 들려줬던 ost 들과의 차별화된 노래를 들려준다. 바로, ost 로 록 장르를 선택한 것이다. 록 음악은 이 영화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극 중 아야의 엄마와 아야를 돌봐주는과거 마녀들이 함께 록밴드를 했고 아야가 갓난아기 때 헤어진 엄마와 계속적으로 붙고 있는 연결점도 이들이 연주했던 음악이었다. 무엇보다 록 음악은 아야의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록 음악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의 입장에서는 전통과 도저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을 법 하다.
영화 <아야와 마녀>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6년 만에 제작한 신작이라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남는 작품이다. 일단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브리의 스타일에 익숙함과 기대감이 있는 관객들에게 입체감 있는 캐릭터와 서구적인 분위기가 등장해서 약간의 거부감과 어리둥절함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지브리의 스타일을 따라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차이점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스토리적인 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일단 8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아쉽다. 차라리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야가 고아원에서 했듯이 지금 집에서도 마녀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들어버린 것까지도 좋았다. 다만, 그 이후에 아야의 엄마가 찾아온 스토리가 나온다던지 하는 이야기를 기대해서 끝이 아쉬웠다. 그리고 스토리가 급작스럽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어서 좀 더 정교하게 스토리가 이어졌다면 어떨까 했다. 영화 자체가 고아원 그리고 마녀의 집이라는 다소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나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위기와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더 전개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그래도 아야 라는 아이를 통해 보여주는 일상이 관객들에게 나름의 힐링을 선사하는 영화였고 엔딩에 와서 기분 좋아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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